국악 인재들의 유입
국악 출신 가수들이 트로트계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미스 트롯> 1과 2의 우승자 송가인, 양지은은 국악계에서 촉망받던 인재였습니다. <미스터 트롯>에도 국악 출신들이 대거 도전해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렇듯 트로트로 전향한 국악 출신 가수들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트로트 음악은 어르신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트로트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 가수들의 나이도 많았습니다. 10대, 20대에 트로트를 시작하는 가수들은 적었고, 대부분 다른 장르를 하다 40대, 50대에 트로트로 전향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반면 국악은 아주 어릴때부터 시작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판소리, 민요를 배우고, 늦어도 중학교 전에는 진로를 정해야 하는 게 국악 무대입니다. 특유의 꺾기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풍부한 소리 때문에 가창력 하나만큼은 그 어느 장르에도 뒤지지 않는 게 국악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국악 무대는 좁습니다. 각종 대회가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들만의 리그와 같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공연과 행사 등의 티켓파워도 약합니다. 당연히 국악 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수입도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트로트계로 문을 두드리는 국악인재가 늘고 있습니다. 특유의 꺾기와 한맺힌 소리는 트로트와 찰떡궁합입니다. 찰진 목소리에서 나오는 한 맺힌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합니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국악 출신 트로트 가수들
국악 출신 트로트 가수들이 비단 실력만 좋은건 아닙니다. 여리여리한 몸매에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홍지윤은 <미스트롯 2> 첫 무대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걸그룹 연습생 출신으로 유명하지만 중앙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인재입니다. 홍지윤은 국악 특유의 발성으로 우렁차면서도 깊은 소리를 내어 심사위원단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미스 트롯 1과 2의 우승자 송가인, 양지은 역시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가수입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깊은 발성으로 트로트를 가지고 놉니다. 이밖에도 김다현, 김태연, 유지나, 강태관 등 많은 국악 출신 가수들이 트로트로 전향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국악 출신 트로트 가수들은 나이가 어립니다. 10대, 20대, 30대 등 기존의 가수들보다 한 세대는 더 젊어졌습니다.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등 일부 젊은 가수들이 선전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트로트 가수들의 연령대는 아이돌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어려졌습니다.
어린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니 팬들의 연령층도 어려졌습니다. 어르신들의 전유물이었던 트로트 음악이 젊은 층으로 확장되면서 팬들의 연령대도 확 낮아진 것입니다. 젊은 팬들은 아이돌 가수처럼 트로트 가수들에게 사랑을 듬뿍 보내고 있습니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은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공연, 행사, 각종 이벤트는 물론 TV와 유튜브 등에서 맹활약하며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팬층이 어려지면서 트로트 가수들의 굿즈, 콘서트의 수요도 크게 늘어 수입도 올랐습니다.
국악 출신 트로트 가수들에 대한 비판
국악 인재들이 트로트로 전향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음악을 지키고 가꿔야 할 인재들이 돈과 인기 때문에 트로트로 전향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국악 인재들이 유출되어 전통음악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국악을 선택했듯 트로트로 전향한 것도 선택의 자유입니다. 그만큼 국악이 밥 먹고 살기 어려운 분야임을 증명한 셈이기도 합니다. 국악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개인의 선택을 가로막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국악을 부흥시키기 위해 판을 키우고 인재들에게 높은 대우를 해주는 게 더 절실합니다.
2022년 송가인은 초·중·고교 교육 과정에서 국악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국악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트로트로 전향한 사람이 왜 국악을 논하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송가인은 자격이 있냐는 말에 자격이 있다고 응수했습니다. 15년 간 국악을 해왔고, 국악계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었을 만큼 위상이 대단했던 송가인입니다. 비록 트로트로 전향하긴 했지만 음악의 뿌리가 국악에 있는만큼, 국악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양지은은 판소리 흥보가 무형문화재 이수자입니다. 한국판소리보존협회 서귀포지부장을 역임했는데, 이는 전국지부장 중 최연소라고 합니다. 어여쁜 외모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으로 미스트롯 2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양지은 역시 트로트로 전향은 했지만 음악의 뿌리는 국악에 있습니다. 국악을 하다 랩을 하는게 아니며, 트로트라는 장르에 국악을 접목해 큰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악 출신 트로트 가수들은 국악을 버린 게 아닌, 퓨전 음악으로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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