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매력이 높다
아이돌 팬클럽은 10대와 20대가 대부분입니다. 10대, 20대는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나이로 좋아하는 가수의 굿즈, 콘서트 티켓 등을 사려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팬사인회에 당첨이 되려면 앨범을 10장, 20장은 사야 하는데 10대, 20대에게는 만만치 않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자식들의 아이돌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 합니다. 괜한 곳에 돈을 쓴다고 타박하거나, 네 용돈을 모아서 사라는 말을 할 뿐이죠. 현실적으로 용돈을 모아서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20대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 수 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등록금, 식비 등을 부모님께 손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아이돌에게 쏟아붓기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아이돌 가수들이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국내음악 시장은 미국, 일본 등 거대시장에 비해 작습니다. 내수가 작다는 의미이며, 아이돌 가수로 한정했을 때 구매력 높은 소비자를 만나는 건 더 어렵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구매력 높은 50대, 60대에게 어필하지는 못 합니다.
구매력이 높은 40대, 50대, 60대는 아이돌 가수에게 관심이 적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자식, 조카들을 보고 한숨을 내쉴 뿐이지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건 뉴스를 통해서 알지만, 인기의 이유는 잘 모릅니다.
그러던 기성세대가 분풀이(?) 할 대상을 찾았습니다. 바로 트로트 가수지요. 트로트 오디션의 열풍으로 아이돌 같은 가수들이 등장합니다. 등장부터 가슴을 저미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트로트 가수들은 실력조 좋고 외모도 멋집니다. 기성세대는 구매력이 높아 콘서트 티켓쯤은 아무렇지 않게 구매합니다.
좋아하는 가수 이름으로 성금을 모아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하는게 트로트 팬클럽 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입니다.
2. 매너가 좋다
트로트 팬들은 연령대가 높습니다. 젊어도 30대, 많은 60대, 70대까지 분포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어느 회사, 어느 집단에서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잃을게 많은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가수를 대하는 매너가 좋습니다.
임영웅의 영웅시대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임영웅이 프로축구 시축을 한다는 소문이 돌자, 당시 경기 티켓은 수만 장이 팔렸습니다. 인기가 없어 고민하던 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사건입니다. 임영웅은 축구경기장 보호를 위해 백댄서들과 축구화를 신고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에 질세라 영웅시대는 축구팬들을 위해 주요 관중석을 피해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또 임영웅을 상징하는 하늘색을 과감하게 제외한 자율복장으로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또 경기가 끝난 후 쓰레기를 깔끔하게 정리해 그 가수에 그 팬이라는 훈훈한 미담을 남겼습니다.
트로트 가수 팬이라서 매너가 좋은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잃을게 많기 때문에 예의를 차린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상대적입니다. 젊은 사람이라고 해서 매너가 없는 건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꼰대는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해가 될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차이점입니다.
어린 나이에는 아이돌에게 열광할 수 있습니다. 그 옛날 사생팬들은 아이돌의 집까지 찾아가 스토킹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팬덤 문화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아이돌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얻으려 무리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팬도 있습니다.
3. 수명이 길다
오래 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한 가수를 좋아하면 오래도록 두고 팬클럽 활동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 20대는 새로운 걸그룹, 보이그룹이 나오면 쉽게 갈아탑니다. 트와이스를 좋아했던 팬이 아이브를 본 후 갈아타는 것처럼 말입니다.
좋아하는 가수를 바꾸는건 잘 못된 일도 아니고 비난의 대상도 아닙니다.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이니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가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인기, 수입 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돌은 10대 후반에 데뷔해 20대 중반이 넘어가면 서서히 인기가 줄어듭니다. 그 사이에 열광하던 어린 팬들은 더 어린 아이돌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합니다.
반면 트로트 팬들은 한 가수를 오래도록 쫓습니다. 그러기에 트로트 가수들의 활동 수명도 아이돌보다 훨씬 깁니다. 트로트계에서는 30대, 40대도 어린 축에 속하니까요. 한 50은 넘어야 선배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처럼 젊은 나이부터 활동한 가수들은 40대에도 선배 대우를 받습니다.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은 어린 나이부터 트로트 가수로 활동해 10년, 20년 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솔직히 트로트 오디션이 나오기 전까지 행사판을 나눠 먹었던 세 사람입니다. 트로트 오디션으로 탄생한 많은 스타들 때문에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파이가 훨씬 커졌습니다. 그 이유는 구매력 높은 기성세대들이 트로트 가수에게 돈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가장 좋은 효도가 임영웅, 송가인 콘서트 티켓에 성공한 자식입니다. 티켓팅에 실패하면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서라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게 효도가 된 세상입니다.
좋아하는 가수를 오래두고 바라보는 게 트로트 팬입니다. 아이돌 팬들의 변심이 잘못은 아니지만 트로트 팬들의 일편단심이 가수들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일편단심 팬들 덕분에 트로트 가수는 아이돌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래 하나만 보고 달려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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