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트로트 열풍
한 곡만 뜨면 평생 먹고사는 트로트 가수
가요계를 흔든 미스·미스터 트롯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을 론칭할 때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할머니, 아저씨들의 음악을 왜? 어르신들은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가요무대를 더 좋아하지 않나? 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얼굴이 알려진 가수들도 아니고 무명, 신인, 잊힌 가수들이 나와 트로트에 도전하니 더 식상하게 보였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정작 TOP7에 오른 건 새로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예쁘장한 얼굴에 가녀린 몸매를 하고 나타난 홍지윤을 두고 얼굴만 믿고 TV에 나온다는 악플도 많았습니다. 홍지윤은 <엄마 아리랑>을 구성진 보이스로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애엄마 양지은의 가슴 아픈 인생 사연은 추억팔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귀여운 얼굴의 이찬원을 두고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양지은과 이찬원은 외모와 상반되는 강렬한 목소리로 트로트를 열창했습니다.
잘생기고 예쁜데 어리기까지 한 새로운 캐릭터들이 잘 갖추어진 음향 장비와 뛰어난 PD를 만나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가요계를 휘저었습니다.
잘생긴 신사 임영웅은 엄친아인 줄로 알았는데 누구보다 힘겨운 인생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임영웅이 <미스터 트롯> 우승을 차지한 후 보여준 행보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인기의 범위가 어르신 세대를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가 하면, BTS와 맞먹는 인기로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팬들을 몰고 다니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즐기는 문화가 된 트로트
트로트는 어르신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지나 CD, MP3 그리고 스트리밍 음원까지 접어들면서도 트로트는 끈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어르신들의 즐길거리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서 보고 즐기고 동경하는 팬덤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손주들이 아이돌 가수들을 따랐다니 듯 어르신들은 임영웅, 송가인 콘서트를 가려 티켓팅하는 법을 배웁니다.
잘 모르겠다 싶으면 자식, 손주들에게 부탁하는데 요즘 임영웅 콘서트 티켓 구매에 성공해 효도했다는 글이 자주 올라올 정도입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임영웅 콘서트를 직관시켜드리는 게 최고의 효도가 된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남진, 나훈아 같은 가수들의 인기가 사그라든 건 아닙니다. 김연자와 같이 어머니 세대의 가수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열풍으로 등장한 가수들은 기존 가수들의 인기를 빼앗는 게 아닌, 아이돌이 중심이었던 가요계의 파이를 나눠먹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소비력이 강합니다. 젊은 세대보다 쌓아둔 돈이 많지만 돈을 쓰며 즐길거리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니 트로트 가수들에게 한번 꽂히면 많은 소비를 촉발하게 됩니다.
트로트 열풍은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곡들이 매년 양산되고, 지나간 유행곡을 후배 가수들이 다시 부르며 재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