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트로트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엔카의 영향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한국 트로트는 엔카(演歌 えんか)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트로트는 일본 엔카에서 파생되었으며, 일본에서는 한국 엔카로 불린다. 일제강점기 일본 엔카가 한국으로 유입되어 국악과 조합되어 독특한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정의한다.

또 다른 학설로는 서양의 폭스 트로트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우가 사뿐사뿐 걷듯이 4분의 4박자 리듬에 맞춰 춤추는 리듬이 인상적이며,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되었다고 한다. 

1. 일본에서 본 한국 트로트의 역사

한국의 트로트는 1950년대 금지곡으로 분류되었는데, 그 이유가 왜색(倭色)이 짙어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왜색이란 일본을 비판할 때 쓰이는 말인데, 박정희 정권은 1965년 한국 최초로 100만 장 판매를 넘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つばき娘)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실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일본 엔카와 유사한 창법과 곡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평이 있다. 일본에서는 박정희 정권이 동백아가씨를 금지시킨 이유가 정치적이라고 해석한다. 박정희는 여론을 무시하고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반일 감정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이미자의 곡을 금지시켰다는 해석이다.

그렇게 한국 트로트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듣는 올드한 음악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또 주류 음악에서 벗어난 B급 문화였다고 평한다. 한국 주류 음악에서 소외받던 트로트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재탄생했다.

<미스 트롯>이 최고 시청률 18.1%를 기록하면서 대히트를 쳤고, <미스터트롯>이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오디션에 1.5만 명이 참가해 100 명씩 조를 이루어 예선을 치르는 모습이 일본에서는 꽤나 신선하게 보였다.

어린아이부터 군인,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 망한 그룹의 아이돌 멤버, 전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5060 세대는 물론 젊은 2030 세대도 TV 앞으로 몰려드는 한국의 모습이 일본에서는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2. 아이돌 음악이 있는데 왜 트로트에 열광할까?

일본에서는 한국의 트로트 열풍을 집중 조명하면서 단기적인 이슈가 아닐까 염려(?) 하기도 한다. 2020년부터 급격하게 트로트 팬들이 늘어났지만 특정 가수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이지, 트로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게 이유다.

또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의 대성공 이후 여러 방송사에서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도 문제라고 꼽는다. 오디션이 남발되니 인재풀이 줄어들고, 프로그램의 수명도 갉아먹고 있으며, 시청률도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프로듀스 101>이 대히트를 친 후 <더유닛> <믹스나인> <언더나인틴> 등을 거치며 인기가 사그라든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이 성공한 이후 등장한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트로트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케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주류 음악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트로트에 열광하는 한국 국민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트로트 역시 새로운 케이팝으로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3. 트로트와 일본 엔카

일본 엔카는 서양의 폭스트롯과 일본 민요가 결합된 장르다. 한국의 트로트처럼 구슬프고 애절한 보이스로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이 많다. 또 청일전쟁과 사회적 문제등을 풍자한 곡들이 등장하는 등 일본 국민들의 애환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한국 트로트와 비슷해 계은숙, 김연자 등은 일본으로 건너가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다. 또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박사 역시 일본에서 테크노 뽕짝 열풍을 일으킨 후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일본의 엔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화권과도 인연이 깊다. 일본 엔카의 영향을 많이 받은 台語歌曲은 번안곡이 많이 불려졌다. 

4. 한일 대중문화의 힘겨루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문화는 아시아를 주름잡았다. 제이팝(JPOP), 일드, 애니메이션 등은 한국에서도 암암리에 마니아층을 만들어 오덕후(오타쿠)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유행한걸 한국에 그대로 가져오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었다. 일본의 패션, 트렌드, 음악, 영화 등을 따라 하는 동경하고 따라 하는(코스프레 등) 젊은이도 많았다.

한국 정부는 일본 대중문화를 규제하며 공중파에서 일본어는 물론 일본 문화가 소개되는걸 적극적으로 막았다. 보아와 동방신기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로 노래를 불렀고, 마치 계은숙과 김연자처럼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보아와 동방신기의 노래를 제이팝이었다.

그 후로 약 20년이 흘렀다. 현재 제이팝을 좋아하는 한국 젊은 세대가 얼마나 될까? 반대로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 1020 세대가 얼마나 될까? 압도적으로 한국 케이팝과 문화의 영향력이 크다.

케이팝은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주류음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트로트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한국만의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다시 큰 전성기를 맞고 있다. 

BTS와 트와이스가 일본에 뜨면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그처럼 한국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일본에 선보이면 어떨까? 한국 트로트를 일본에 수출한다면, 트로트의 세계화에 큰 초석이 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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